아시아, 종교와 음악을 품다

아시아는 세계 주요 종교의 발상지이자, 다양한 자연환경 속에서 독창적인 음악 문화를 꽃피워온 대륙입니다. 기원전 6세기에 간다라 미술과 만나 인간의 형상을 빌린 불상 예술로 승화되었습니다. 이슬람교는 신비주의 ‘수피즘’을 통해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예술로 확장되었고, 힌두교의 ‘나타라자’와 현지화된 태국의 신상들은 절대자를 향한 경외심과 삶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음악 또한 신을 향한 간절한 마음의 기록입니다. 서아시아에서 시작된 비파와 류트의 원형 ‘우드(Oud)’의 선율부터, 인도와 태국,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신을 노래하며 영혼을 깨워왔습니다.

튀르키예 수피 댄스


튀르키예의 수피 댄스 ‘세마(Sema)’는 13세기 신비주의 시인 루미의 철학을 계승한 메블레비 교단의 엄숙한 수행 의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음악과 회전을 통해 신과 하나가 되는 무아지경의 과정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수행자인 ‘세마젠’은 높은 모자(묘비)와 흰 치마(수의)를 갖춰 입어 세속적 자아의 죽음을 상징합니다. 오른손은 하늘(신의 은총)로, 왼손은 땅(세상)으로 향한 채 끊임없이 도는 행위는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며 신의 사랑을 지상에 전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복잡한 율법 대신 수행과 예술을 통해 신에게 다가갔던 수피즘은 서아시아 전역에 이슬람이 뿌리내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 튀르키예의 콘야(Konya)는 메블레비 교단의 본산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나타라자-춤추는 시바


나타라자(Nataraja)는 ‘무용의 왕’이라는 뜻으로, 인도 힌두교의 신 시바(Shiva)가 ‘아난다 나다바(환희의 춤)’을 추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불꽃의 후광(우주) 속에서 시바가 추는 춤은 낡은 세계를 파괴하여 새로운 창조를 준비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시바의 네 손 중 하나는 창조의 소리를 깨우는 북(다마루)을, 다른 한 손은 파괴의 불꽃을 들고 있어 우주의 순환을 보여줍니다. 나머지 손들은 ‘두려워하지 마라’는 표시와 함께 발 아래 구원의 길을 가리킵니다.

시바가 밟고 있는 작은 난쟁이는 인간의 ‘무지와 망상’의 악마 아파스마라를 의미합니다. 아파스마라를 밞음으로써 깨달음과 해탈로 인도합니다.

 

불상


불교는 아시아 각 지역의 고유 문화와 어우러지며 종교를 넘어 철학과 예술,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인의 수행과 해탈을 강조하는 상좌부 불교(남방불교)는 스리랑카를 거쳐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었습니다. 반면 든 중생의 구원을 강조하는 대승불교(북방불교)는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를 직접 형상화하지 않고 보리수나 발자국 등의 상징으로 표현했으나 기원후 1세기를 전후해 간다라 미술이 발전하면서 불상이 등장했습니다. 발전으로 인간의 모습을 한 불상이 만들어 졌고 뚜렷한 이목구비와 물결치는 머리카락, 법의를 한 부처의 모습은 아시아 불교 예술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태국 테파놈(Thephanom)


태국은 불교의 교리와 힌두교의 신적 존재, 그리고 토착적인 자연 숭배가 서로 어우러져 있으며 이같은 종교적 융합은 건툭, 조각, 무용, 음악 등 예술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테파놈은 천사나 신을 뜻하는 단어 ‘테파(Thepa)’와 ‘합장하는 자세’를 뜻하는 단어 ‘놈(Nom)’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태국 특유의 뾰족한 왕관 차다(Chada)를 쓰고 무릎을 꿇은 채 합장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테파놈은 사원이나 집의 입구에 놓여 방문객을 환영하고 공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테파놈의 외형과 개념은 힌두교적 성격이 강하지만 태국의 불교와 융합되어 지금은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태국 마호리(Mahori) 악단


마호리 악단은 태국 궁중에서 발전한 음악 집단으로, 초기에는 주로 여성 중심으로 왕실의 휴식이나 연회에서 연주했습니다. 남성 중심의 ‘피팟(Piphat)’ 악단이 장엄하고 힘찬 음악을 연주했다면, 마호리는 보다 부드럽고 섬세한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빨간 상의의 연주자는 맑고 경쾌한 음색의 나무 건반 악기 라나트 에크(Ranat Ek)를, 황금빛 상의의 연주자는 코코넛 껍질 울림통과 세 개의 현으로 사람의 목소리처럼 애절한 소리를 내는 소 삼 사이(So Sam Sai)를 연주합니다. 초록색 의상의 연주자는 악어를 닮은 형태의 뜯는 현악기 짜케(Chakhe)를, 파란 의상의 연주자는 숲속 바람처럼 부드러운 음색의 대나무 피리 클루이(Khlui)를 연주합니다.